바로 ‘볶는 순서’와 ‘국물’이다. 대부분 돼지고기와 김치를 처음부터 물에 넣고 끓이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 작은 차이가 찌개 전체의 맛을 좌우한다.
조미료 없이도 진한 국물 맛을 내는 비결은 사실상 이 초기 단계에 모두 숨어있다.
고기 기름이 국물 맛의 시작이다
김치찌개 맛의 핵심은 돼지고기 기름에서 시작된다. 돼지고기 300g을 냄비에 먼저 넣고 겉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볶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고소한 기름이 찌개의 기본 베이스가 된다.
고기를 처음부터 물과 함께 끓이면 풍미가 제대로 살지 않는다. 겉면만 살짝 익혀 기름을 내는 것이 포인트다. 고기가 너무 질겨지지 않도록 오래 볶을 필요는 없다.
김치는 볶아야 제맛이 살아난다
고기 기름이 충분히 나왔다면 잘 익은 김치 1.5컵(종이컵 기준)을 넣고 함께 볶는다. 그냥 물에 넣고 끓이는 것과 기름에 한번 볶아내는 것은 맛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김치의 신맛은 기름과 만나 한층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은 극대화된다. 김치 숨이 죽고 줄기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 것이 좋다. 칼칼한 맛을 더하고 싶다면 이때 고춧가루 반 스푼을 넣어 함께 볶으면 풋내 없이 색감과 맛을 모두 잡을 수 있다.
맹물 대신 쌀뜨물이 정답인 이유
재료가 다 볶아졌다면 국물을 부을 차례다. 여기서 맹물이 아닌 쌀뜨물을 넣는 것이 마지막 비법이다. 쌀을 두세 번 헹군 뒤 나온 뽀얀 물 약 600ml를 사용하면 된다.
쌀뜨물 속 전분 성분이 국물 맛을 한데 어우러지게 만들고 김치의 날카로운 신맛을 부드럽게 감싼다. 국물이 겉돌지 않고 훨씬 안정적인 깊은 맛을 낸다. 만약 당신의 김치찌개가 항상 가볍게 느껴졌다면, 그 원인은 맹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간은 소금이나 간장보다 김치 국물로 맞추는 편이 깔끔하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10분 이상 은근하게 끓여야 재료의 맛이 충분히 우러난다.
결국 맛있는 김치찌개의 비결은 대단한 재료가 아니었다. 돼지고기를 먼저 볶아 기름을 내고, 그 기름에 김치를 볶은 뒤, 맹물 대신 쌀뜨물을 붓는 순서. 이 세 가지만 기억하면 누구나 식당 부럽지 않은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