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과 LPG를 함께 쓰는 차는 있었지만, 여기에 하이브리드와 사륜구동까지 더한 SUV는 처음이다. 한 번 주유로 1,500km를 달리고 기존 가솔린 사륜구동 모델 대비 운영비를 30%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짧은 거리가 아니다.
루마니아 자동차 제조사 다치아(Dacia)가 공개한 신형 ‘더스터’ 이야기다. 독특한 구성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 쏠리지만, 실제 국내 도로를 달리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가솔린·LPG에 하이브리드까지 더한 이유
단순히 연료만 두 종류 쓰는 방식이 아니다. 신형 더스터의 핵심은 1.2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LPG 바이퓨얼 시스템을 한데 묶은 파워트레인에 있다. 시스템 총출력은 154마력으로 고성능을 지향하기보다 효율과 실용성에 집중했다.
연료탱크는 가솔린 50리터, LPG 50리터로 총 100리터를 채울 수 있다. 이 조합으로 유럽(WLTP) 기준 최대 1,500km 주행이 가능하다. 장거리 출장이 잦거나 주말마다 교외로 떠나는 운전자라면 주유소를 들르는 횟수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는 구성이다.
물론 이 수치는 국내 공인 연비와 다르며, 실제 주행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가솔린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LPG를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경제적 이점은 분명하다.
세계 최초 사륜구동, 구조가 흥미롭다
험로나 눈길을 만나면 이 차의 구조적 특징이 드러난다. 평소에는 앞바퀴를 굴려 연료 효율을 높이다가, 필요할 때만 뒷바퀴에 배치된 23kW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 사륜구동으로 전환된다. 기계식 사륜구동과 개념이 다르다.
후륜 모터에는 전용 2단 기어박스까지 적용됐는데, 이는 세계 최초 구성이다. 눈, 진흙, 모래 등 노면 상황에 맞춘 주행 모드도 갖춰 험로 주행을 꽤 의식했다. 항상 모든 바퀴를 굴리는 방식보다 효율과 주행 대응 능력을 함께 잡으려는 시도다.
도심 주행에서는 전체 이동의 약 60%를 전기 동력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기존 가솔린 사륜구동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였다.
실내 역시 실용성에 무게를 뒀다. 열선 스티어링 휠과 10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USB-C 포트 4개 등 편의 장비를 갖췄다. 저가형 모델로만 보기보다 장거리 레저와 일상을 모두 아우르는 차를 목표로 삼은 흔적이다.
유럽 현지 가격은 약 3,700만 원에서 4,3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국내 도입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배출가스와 안전 인증, 관세와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해외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결국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1,500km라는 상징적인 숫자보다, 현실적인 판매 가격과 국내 실정에 맞는 연비 인증, 그리고 LPG 충전 인프라와의 궁합이 마지막 열쇠가 될 것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