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5000만원대 벤츠 전기차가 등장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이 가격표 안에는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내연기관 모델과의 관계를 뒤흔드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있다. 벤츠의 이번 가격 정책은 테슬라와 BMW를 정조준한다.
내연기관 모델보다 700만원 싸게 나왔다
가격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된다. 9월 판매되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CLA 220은 5990만원부터 시작한다. 반면 CLA 200 일렉트릭 에센셜은 5290만원으로,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정확히 700만원 낮다.물론 트림과 기본 사양 차이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전기차의 시작 가격을 동급 내연기관 모델보다 훨씬 낮게 책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전기차의 가격 장벽을 의식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5290만원에 숨은 보조금 100% 전략
5290만원이라는 가격은 국내 보조금 제도를 정밀하게 겨냥했다. 2026년 국내 전기승용차 보조금은 기본가격 5300만원 미만 차량에 한해 100% 지급될 예정이다. CLA 200 일렉트릭 에센셜은 이 기준을 불과 10만원 차이로 통과한다.벤츠가 차량 가격을 책정하며 처음부터 국내 보조금 전액 수령을 염두에 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보조금을 받게 되면 소비자가 느끼는 구매 가격은 4000만원대 후반까지도 내려갈 수 있어, 수입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 구도를 바꿀 변수로 작용한다.
최대 792km 주행거리, 숫자 뒤의 함정
공개된 제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상위 모델인 CLA 250+의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 792km다. 하지만 이 숫자만 보고 섣불리 계약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이는 유럽(WLTP) 기준이며, 국내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통상적으로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WLTP 기준보다 짧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CLA 250+가 국내에서도 700km대 주행거리를 인증받을지는 미지수다. 정확한 국내 제원은 고객 인도가 시작되는 2026년 4분기 즈음 공개될 전망이다.
신형 CLA는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MMA와 자체 운영체제 MB.OS가 처음 적용된 모델이라는 상징성도 갖는다. MBUX 슈퍼스크린과 101리터 프렁크 등 상품성도 개선했다.
결국 5290만원이라는 공격적인 시작 가격과 보조금 전략이 국내 시장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테슬라 모델 3, BMW i4 등 쟁쟁한 경쟁자 사이에서 벤츠 CLA가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국내 인증 주행거리와 최종 보조금 액수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